The Sputniq Sweetheart

어쨌든 즐겁게 살고 싶다

장기하와 얼굴들, 일단락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밴드에 대한 내 감상은.
그들이 처음 데뷔해서 이름이 알려졌을 그 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극적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처음 세상에 나타나 ‘싸구려 커피’, ‘달이 떠오른다’ 등의 음악으로 알려지기 시작할 즈음 당시 내 가까이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장기하와 얼굴들에 흥분했고, 노래방에 가면 장기하 노래를 불러댔다. CD를 사서 들으라고 나에게 안겨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건 비단 내 주변사람들만의 반응이 아니었다. 당시 내 느낌엔 그의 이름을 인식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에 대한 호감을 표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독특한 음악 스타일과 보컬, 무표정한 얼굴, 미미시스터즈, 그리고 가사가 전달하는 리얼리즘과 맞닿은 메시지들은 그들의 이름에 후광을 더해갔다.

난 솔직히 좀 꼬인 기분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장기하에 대해 사람들이 얘기할 때마다 ‘난 솔직히 장기하를 좋아하기 힘들다’ 라고 말하곤 했다. 청년실업? 88만원 세대? 하지만 그런 노래를 부르기에 그는 ‘너무’ 서울대학교 출신이었고, 외모도 훤칠했다. 루저들의 노래를 부르기엔 너무 잘난 거 아닌가. 어쨌거나 그런저런 이유로 도무지 마음이 가질 않았다. 그냥 그렇게 특이한 음악을 좀 하다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잠시 이름이 알려졌다 사라진 다른 밴드들 처럼.

하지만 장기하와 얼굴들 2집이 나왔고 나의 감상은 180도 달라졌다. 이들의 음악은 가짜가 아니었구나. 산울림과 송창식이 21세기에 모던함이라는 옷을 입고 다시 다타난듯한 느낌. 정말 전에 없는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전에 없는 밴드구나. 타이틀곡이었던 ‘그렇고 그런 사이’ 보다는 하나하나 트랙을 넘겨가며 만난 모든 트랙의 음악들이 듣기 아까울정도로 좋았다.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노래하는 가사들은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거 아닌가 싶다가도 진한 공감대를 만들어냈다.

그냥 좀 특이한 밴드에서 진짜 그들만의 음악을 하는 밴드가 된 것 같다. 안티에 가까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나 같은 사람들도 팬으로 만들 만큼. 드러머가 곧 군대에 가고, 이제 그들은 4회의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3년 반동안의 음악 활동을 일단락- 하고 잠정적인 휴식이 들어간다.

그들의 공연은 어제까지 세 번 관람했다. 잘 몰랐는데, 장기하는 무대위에서 생각 이상으로 활발하고, 많이 움직이며,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음악은 음반의 사운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편곡되고, 커버곡은 전혀 부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밴드의 자존심이랄까 자신감 같은 게 느껴져서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공연장에서의 사운드를 하나하나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다시 돌아왔을 때 또 달라졌을 모습과, 변함없을 모습들이 궁금하다.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게 되길 바란다.

 

Written by Joplin

November 27th, 2011 at 5:15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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