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관련된 일을 제외하면 올해 내 키워드는 여행이었다.
(회사와 관련된 일을 포함하면 올해 내 키워드는 회사가 된다. 난 9 to 6 의 남들과 비슷한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한 게 올해가 첨이기 때문에 -_-)
그래서 여행을 몇 번 갔나 세어보았더니, 많은 듯 하면서도 의외로 얼마 안되더라.
1. 2월 2일-6일 (4박5일) : 도쿄
우에노, 아사쿠사, 긴자, 키치죠지, 시모키타, 신주쿠, 시부야, 야네센, 아키바와 진보초 살짝- 을 둘러보았다. 그러고 3월 중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기 때문에, 2월에 도쿄에 다녀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지금도 며칠 여행은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도쿄에 두번째 여행이었고, 5일간은 처음이어서 꽤 여유있게 도쿄를 즐겼다. 꼼꼼하게-는 아니었다. 카페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친구와 한참 얘기를 하기도 했다. 늦잠도 잤다. 혼자 해 본 첫 여행이었는데 굉장히 자유롭고 즐거운 경험이어서, 앞으로도 동행인의 여부와 관련 없이 여행을 떠나자고 마음먹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도쿄는 다시 가고 싶다. 서울이랑 비슷하다, 별 볼 거 없다 – 라는 악평도 있고. 일본에서 그래도 도쿄가 최고다 – 라는 호평도 공존하는 곳인데. (뭐 어느 여행지나 그렇겠지만) 나는 후자쪽에 살짝 기대어 있다. 오사카와 후쿠오카를 다녀오기 전엔 ‘도쿄가 최고임 도쿄 말고 다른 도시는 가볼 생각도 들지 않음’ 이라는 확고한 태도를 갖고 있었는데 간사이에 다녀오니 또 그게 아니더라고. 하지만 도쿄는 또 가고 싶다. 지브리, 지유가오카, 나카메쿠로, 다이칸야마, 카구라자카는 꼭 다시 꼼꼼하게 또 느긋하게 다녀보고 싶은 거리라서. 게다가 도쿄 근교 도시는 가본데도 없다.
2. 4월 22일-24일 (2박3일) : 부산
부모님께 말하지 않고 -_-; 부산으로 간 여행. 광안대교 보이는 카페, 맛있는 커피, 맛있는 빵, 맛있는 밀면, 맛있는 짜장면 등이 있었던 여행. 바다는 주기적으로 봐 줘야 한다. 처음 가 본 곳은 없었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여행이었다.
3. 7월 9일-10일 (1박2일) : 인천
이걸 여행으로 넣어야 하나 -_-; 호텔 숙박권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바람에 인천 차이나타운을 둘러보고 온 간단한 여행. 인천은 처음 간 곳이었고, 차이나 타운은 볼 거 없어!!! 라는 평이 많았으나 내가 보기엔 그럭저럭 하루 놀고 오기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열심히 팡팡 찍고 돌아다녔고, 맛있는 중국음식을 먹어서 만족스러웠다.
4. 7월 23일-24일 (1박2일) : 군산, 전주
군산 복성루를 찍고 전주로 이동하여, 한옥마을과 덕진공원을 들렀다. 전주는 벌써 세 번째 방문. 매년 1-2번씩은 꼭 가는 도시가 되었다. 내년에도 전주에 가지 않을까? 한 번 쯤은. 덕진공원은 아무런 기대 않고 들렀는데 한 번쯤은 볼 만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서 조금 힘들었다. 앞으로 여름의 여행은 좀 생각을 해 보고 떠나야겠다.
5. 9월 8일-13일 (5박6일) : 간사이
오사카 (주유패스 스팟, 카이유칸), 교토 (기요미즈데라, 기온거리, 아라시야마), 나라 (사슴공원, 도다이지), 고베 (기타노거리, 철인28호, 포트타워, 모토마치 상점가, UCC 커피박물관) 을 둘러보았다. 첫 일본여행지로 도쿄보다 더 좋은 곳이 아닌가 –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에는 ‘도시’에 희석된 일본스러움이 좀 더 드러나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 게다가 교토와 고베를 엮어서 다니면 더욱 그 분위기가 강해진다. 특히 교토는 정말 매력적이라 내가 서양인이면 눈이 뒤집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름답고 깔끔하고 동양적인, 하여튼 정말 최고로 일본적인 곳이었다. 중간에 폭우가 와서 일정을 접었던 게 가장 아쉽고, 언젠간 교토만 따로 여행해보고 싶다.
6. 10월 28일-30일 (2박3일) : 기타큐슈
후쿠오카, 모지코를 둘러보았다. 사실 별 다른 계획 없이 떠나 본 첫 여행이었고, 항공권도 출발 3일 전에 충동적으로 결제했다. 2박3일이라지만 첫날 후쿠오카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7시가 다 되어서였고, 3일 내내 비가 내렸다. 하지만 항공권이 23만원밖에 하지 않아 총 비용이 얼마 들지 않았어서, 가격대비로는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큐슈의 저렴하면서 맛있는 음식들이 감동적이었다. 딱히 유적지나 관광지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맛있는 음식 먹기와 일본 물건 쇼핑이 목적이라면 여기만한데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조 돈코츠라멘인 하카타라멘과 모쯔나베, 카레는 정말 최고였다. 게다가 모지코 항은 바다도 그렇고 무척 맘에 드는 공간. 비가 와서 아쉬웠다. 다음번엔 후쿠오카까지 기차타고 갈 거 없이 고쿠라와 모지코만 여유있게 머물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7. 12월 15일-18일 (3박 4일) : 또, 간사이
오사카, 고베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일본을 자주 가는거냐’ 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_-; 오랜만에(?) 동행인이 있는 여행이었고, 일본 여행이 처음인 이 아이가 재밌어 하는 모습도 나의 즐거움 포인트가 되어서 덩달아 좀 즐거웠다. 일본어를 6주간 배우고 갔으나 아주아주아주 조금밖에 말할 수 없어서 내 자신이 참 초라했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지!!) 두 번 방문한 곳도 많았는데 희한하게 지루하거나 괜히 또 왔어! 라는 느낌이 들진 않더라. 시간대가 달라서 그런지 두 번째 본 오사카 성도 아름답게 느껴지고. 꼭 다시 먹고싶었던 가게 (우동집, 라면집, 오꼬노미야끼 집;)을 다시 찾아갔던 게 정말 큰 즐거움. 다음에 오사카 오면 또 가야지.
비행기를 놓칠 뻔 하여 경험치가 상승하였다. (비행기 시간 40분 전에 공항에 도착 -_-;) 미적거리는 성격이 아니어서 정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아니어서 비행기 시간 15분 전에 여유있게(?) 비행기에 탑승했다. 덕분에 면세점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아 엔화가 무려 12000엔이나 남았고, 돌아오자마자 정일이형 사건이 있어서 엔화가 폭등했다. (…)
부모님 집과 우리 집을 제외하고, 숙박업소에서 잔 게 18일이나 된다.
그건 그렇고 이 날짜를 세면서 문득 생각이 나 가계부를 확인 해 봤다가 깜짝 놀랐다. 가계부에 ‘여행’항목을 따로 관리했더니 친절하게 올 한해 여행에 얼마를 썼는지 알려주고 있다. 명품 가방 몇 개치야 이게… (…) 나의 선택적 소비란. 흠흠. 내년엔 역시 여행을 포기하고 구두와 가방과 옷을 좀 사야 하나. 흠흠.
하지만 내년 달력을 보며, 내년엔 어디 가지? 라는 생각을 솔직히 젤 먼저 하긴 했다… -_-;
지금으로선 가족여행 제주도 2박3일 외엔 별 다른 계획은 없으나, 한 번쯤은 도쿄 도깨비여행을 잠깐 다녀오고 싶기도 하고. 가장 가고싶은 곳은 런던인데 비용이 최소 200만원은 필요해서 (흑흑) 런던에 가면 다른 해외 여행은 다 포기해야 할 듯. 2013년 본격 런더너되기 프로젝트를 위해 단기적금이라도 들어야하나, 생각도 좀 든다. 그게 아님 일본이 아닌 곳에 좀 가볼까 싶다. 홍콩, 싱가폴, 방콕 이런 곳. 확실히 저렴한 비행기값에 이끌려 자꾸 일본에 가게 되는 경향이 있어서.
여튼 결과적으로는 열심히 돈벌자는 생각을 하게 되서, 나름 좋은 모티베이션 요소라고 생각중.
여행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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