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utniq Sweetheart

어쨌든 즐겁게 살고 싶다

대화


아내의 일기 :

저녁 내내 남편이 좀 이상하다. 오늘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만나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었다.
친구들과 하루종일 쇼핑을 했는데, 그 때문에 조금 늦었다고 화가 난 것 같긴 하지만 남편이 그래서 그렇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대화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 남편도 그러자고 했지만 그다지 입을 열지 않는다. 뭔가 잘못된 일이라도 있냐고 물어도 ‘아니’라는 말 뿐이다. 내가 잘못해서 화가 났냐고 물었다. 화난 거 아니라고, 당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란다. 집에 오는 길에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남편은 그냥 웃어보이면서 운전만 계속했다.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도 없고 ’나도 사랑해’라고 말해주지 않는 이유도 알 수 없었다.

집에 도착하니 남편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다. 남편은 그냥 조용히 앉아 티비만 봤다. 너무 먼 사람처럼,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윽고 우리 사이에 침묵만이 흐르자, 나는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약 15분 후 그도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위축돼보였고 다른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같아 보였다. 그가 잠들자, 나는 울었다.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가 다른 사람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인생이 재앙이다. 

남편의 일기 :

바이크 시동이 안걸리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 이 글을 보고 대화 >>

나 : 아니 그냥. “바이크에 시동이 안걸리는데 이유를 모르겠어” 라고 말하면 되지 않나. 

남자친구(이하 ‘남’) : 그렇다고 와이프가 고쳐줄 수 있는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말해봐야 귀찮아질까봐 그냥 말 안하는거지.

나 : 근데 결과적으로 미스커뮤니케이션라는 외부효과가 발생했잖아. 아내가 혼자 오해하게 됐잖아! 결과적으로 잘 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난 같이 고민해줄 수 있는데. 왜 바이크에 시동이 안걸릴까? 하면서. 자기는 뭔가 일이 있으면 다 말해라. 

남 : 나는 많이 말하는 편임.

나 : ㅇㅇ

남 : ㅇㅇ

나 : 아, 나, 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워드프레스에 새로 플러그인을 깔았는데 그게 동작을 안해. 그걸 꼭 쓰고싶은데 이것저것 설정을 건드려봐도 안돼. 그걸 복구하지 않은 상황에서 친구를 만났는데 내 머릿속 한 귀퉁이에서는 자꾸 워드프레스 플러그인이 왜 깨지는걸까, 코드를 들여다 봐야 하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거고. 친구한테 말해봤자 친구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워드프레스? 플러그인? 그게 뭥미? 이럴게 뻔하고. 그러니까 그냥 말 안하는게 낫겠다고 판단하고 말 안하는건가? 그런거구나.

남 : 응;;;;;;;;

나 : 아 이해되었다. 남자의 기분이.

남 : 너는 이미 워드프레스와 플러그인에 대해 언급하는 순간 일반적인 여자의 궤를 이탈했다.

나 : 일반적인 여자의 궤;;;;;;

남 : ㅇㅇ

나 : 그나저나 나 DAUM DevOn 가고싶어연. 개발자 컨퍼런스인데 개발자 아니라도 가도 되나. 

남 : 개발자 컨퍼런스인데 왜 가나;;;;;

나 : 정재승 교수님하고 NC 김택진 대표가 기조연설을 한다! 그리고 커뮤니티 세션 중에 반응형 웹디자인, 개발자와 오픈소스, 미래의 웹 표준 기술, Why WordPress 이거는 관심이 있는 주제에요. 그리고 이것저것 기념품도 준다! 가고싶은 게 당연한 거 아닌가! 

남 : ……..

나 : 나 지금 좀 쉘든같았다.

남 : 페니가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나 : 미안하다 ㅋㅋㅋㅋㅋㅋㅋ

남 : 미안하긴 ㅋㅋㅋㅋㅋㅋㅋ

 

우리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화여서 오늘 대화는 좀 저장해 두고 싶었음 =_= 

 

Written by Joplin

November 15th, 2011 at 8:14 pm

Posted in 일상

Tags:

Page 11 of 195« First...78910111213141516...La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