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도, 기회비용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여행에 시간과 돈을 들인 만큼 다른 취미생활에는 집중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뮤지컬. 1년에 10번 이상 뮤지컬을 보러 다녔고, 뮤지컬 잡지도 매달 구입해서 읽곤 했는데 어느 순간 관심이 떨어졌다. 솔직히 아이돌 가수들이 뮤지컬 하는 것도 별로기도 했고. 그래 뭐 그건 피해갈 수 있다고 쳐. 근데 창작극들은 죄다 드라마 영화를 재탕하는 게 질렸기도 했던 것 같다. 또한 좋아해 마지 않는 홍광호 배우님이 <오페라의 유령> 이후 <지킬 앤 하이드>만 줄창 하시는 바람에 지루해 했던 탓도 조금은 있었고. (내 아무리 그를 좋아한다 해도 같은 공연만 줄창 열심히 보는 데엔 한계가 있음요. 새로운 모습이 필요하다능)
하지만 스탠딩공연은 좀 열심히 찾아가 봤다. 올해엔 장기하와 얼굴들과 국카스텐이라는 밴드를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 리스트에 추가할 수 있었던 해.
★ 연극/뮤지컬
1. 1월 29일 뮤지컬 <삼총사>
<삼총사>는 다른 캐스팅으로 다시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튼 2010년 말부터 했던 <삼총사>가 너무 맘에 들었어서 기어코 한 번 더 봤다. 김무열 달타냥, 서범석 아토스, 최수형 아라미스, 김진수 포르토스, 백민정 밀라디, 다나 콘스탄스. 이 중에 김무열, 서범석, 백민정씨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였고 전체적으로도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김무열 달타냥에 초점을 맞추고 보러 가긴 했지만 삼총사 세명도 조화가 좋았고, 백민정 밀라디도 정말 최고. 무대위에서 부상 입은 이후로 처음 뵙는 듯. 여전히 무대위의 모습이 섹시하고 매력적인 분!
2. 2월 27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홍광호 지킬을 보러 갔던 <지킬 앤 하이드>. 엠마가 조정은이었나? 김소현이 아니어서 기뻤지만. 그렇게 엠마를 할 사람이 없나 싶은 아쉬움도 컸다. 엠마 역이 어려운 역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왜 그렇게 적당히 잘 하는 엠마는 없는걸까나. 반면 선민 루시는 기대를 안했는데 정말 좋았다. 김선영 루시로 다져진 기대치가 꽤 높은데도 만족스러웠다.
3. 3월 27일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난 이제 류정한님에서 홍광호님으로 완전히 갈아탔다 (…라는 표현 죄송합니다만 ㅠㅠ) 라고 생각했는데. 오오 류정한님 오오; 를 외치게 만든 공연. 류몬테님은 명불허전. 다시 보고싶었는데 결국 한 번 더 보지 못했다. 아주 매우 당연하게도 나는 차지연 메르세데스로 봤는데, 과거 옥ㅈㅎ메르세데스는 대체 이 역을 어떻게 소화해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차지연님도 진짜 최고. 하지만 역시 <몬테크리스토> 하면 막장스러운 스토리 얘기를 하게 되는데. 난 사실 그게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원래 오페라나 고전은 다 막장드라마가 아니던가. 배우들이 연기랑 노래 잘 했고, 전체적으로 흡인력 있고, 무대 구성 좋고, 음악 좋고, 하면 뮤지컬은 그걸로 반이상은 된거라고 생각. 스토리도 완벽하면 더할나위 없지만, 사실 기본적인게 갖춰지지 않은 극이 적지 않기 때문에.
4. 4월 8일 <태양의 서커스, 바레카이>
경영전략 페이지에 꾸준하게 등장하는 태양의 서커스를 실제로는 처음 보다 (…) 호화롭게도 타피루즈석에 입성. ‘ㅁ’ 가장 좋은 자리에, 타피루즈 라운지가 따로 있고, 다과와 와인 맥주 음료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좌석도 완전 앞. 동물들이 등장하지 않고, 사람들이 몸을 이용한 고난의도의 곡예를 펼친다. ‘묘기’ 수준이 아니라 아름답고 예술적으로 표현해서 한 품의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올해 본 공연중에 최고로 비싼 공연이었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5. 6월 11일 연극 <도시야경>
지인인 ㅎㅅㅎ양의 공연을 처음 무대에서 보게 됨. 일단 거기에 의의가 가장 컸고(!), 소규모 연극 공연을 오랜만에 보는 그 느낌 자체도 좋았다. 레즈비언 커플과 게이 커플이 한 공간에 살면서 부딪치는 사회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주어진 틀 안에서 해결하려고 애쓰지만 결국 해결책으로 선택한 행위들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잠식되고 만다. 연극 속이라고 해도 억지로 해피엔딩으로 끝맺기는 힘든 현실임이 안쓰럽다. 언제쯤 그들의 해피엔딩이 판타지가 아닐 수 있을까.
6+7. 7월 2일, 3일 연극 <호랑이를 부탁해>
역시나 지인인 ㅎㅅㅎ양의 공연. 재미있어서 두 번 연속 봤다. 사실은 호랑이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그 소재 자체가 독특하기도 하고. 그런 호랑이 사람이 사회적으로 소수자를 상징한다는 생각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어서 앞부분을 즐겁게 웃으면서 보다가도 마지막엔 눈물이 찔끔 났다. 그 전체적인 흐름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다시 보고 싶은 연극.
★ 라이브 공연
일일이 평하지 않겠습니다. I love you all!
1. 1월 21일 우주히피 라이브, nomic (앤트러사이트)
2. 4월 29일 Second Session (Strange Fruit)
3. 5월 23일 김연우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
4. 8월 6일 토마스쿡 (롤링홀)
5. 8월 26일 장기하와 얼굴들 (올림픽공원 수변무대)
6. 8월 28일 바드 (Veloso)
7. 9월 3일 비디아이 (악스홀)
8+9. 11월 25일, 26일 장기하와 얼굴들 (악스홀)
10. 12월 11일 국카스텐 (악스홀)
상반기엔 뮤지컬 조금, 하반기엔 거의 공연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뮤지컬을 보기 시작한 이래로 창작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최고로 적었던 한해. 어떤 공연들이 있었는지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가수들은 제발 가수만 하면 좋겠는데, 이제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거 자체가 무색할정도로 가수들이 많이들 뮤지컬을 한다. 하긴 가수 뿐만도 아니겠지. 분야간에 선을 그으려고 하는 내가 꼰대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솔직히 어딜 감히 니가 뮤지컬을? 이런맘도 가끔 고개를 들지 않는다곤 못하겠다) 어쩄든 뮤지컬을 본 지가 오래되어서, 좋아하는 배우들이 공연하는 멋진 뮤지컬을 보고싶은 마음도 크다. 내년에 좋은 뮤지컬들이 많이 무대에 오르기를 바란다. 일단은 <빌리 엘리어트> 보고싶은데 언제 다시 할런지. <위키드>도 하긴 하는건가 싶고.
공연에 대해서라면. 새로운 맘에드는 밴드가 더 나타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에 조금은 보수적인 편이라, 아마도 내가 이름은 알지만 들어보지 않은 뮤지션들 가운데에서도 내 맘에 드는 음악이 반드시 있을거라고 생각. 많이는 아니고 조금씩은 벽을 허물어봐야겠다. 그리고 아직도 스탠딩 rock공연은 너무 너무 좋다. (키 작으신 분들껜 죄송합니다 -_- 전 잘 보여요 -ㅁ-) 조금 작은 클럽의 공연이라고 해도 열심히 점프점프하면서 보고싶기도 하고, 그정도의 체력은 놓치지 않고 키워 나가고 싶다. 10년 뒤에도 점프하면서 rock공연을 볼 수 있도록! 2012년에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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