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utniq Sweetheart

어쨌든 즐겁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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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성공적 외출

 

최근 내 주말은 무기력하거나 아니면 엄청 신나게 놀거나 둘 중 하나로 극과 극을 달렸다. 하지만 극과 극에도 공통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집안일을 비롯한 귀찮지만 해야하는 일들을 하지 않고 넘어가게 된다는 사실. 늘 이번 주에는 해야지 마음먹은 일들을 안하고 넘어가다보니 집이 점점 엉망이 되어가는 게 눈에 보여서 큰 맘 먹고 이번 주는 집안일 To-do list에 줄 긋는 날로 정했다.

집안일 외에 귀찮지만 해야하는 일들이 또 있었는데, 바로 서비스센터에 가는 일. 아이폰, 손목시계, 애플 블루투스 무선키보드가 수리를 기다리며 몇 주 째 삐걱이고 있었다. 서비스센터들은 보통 평일은 늦어도 7시쯤에는 문을 닫고, 일요일도 열지 않으니, 토요일에 가지 않으면 못 가는거다. 그동안 토요일은 늘 저 위의 양 극단이었던 거고.

오늘은 큰 맘 먹고 나가려고 하는데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친다. 한 시간쯤 멍하니 게임을 하며 나가지 말까에 대해서 생각했다. 비 많이 오는 날 외출은 정말 달갑지않다. 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비따위 무시하고 뽀송하게 주차장에서 주차장으로 이동할 수 있을텐데. 빨리 면허를 따고 차를 사야겠어. 정말 차를 사기 위해 면허를 따야겠어. 그러다가 이대로 하루종일 게임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맘을 먹고 집을 나섰다. 오늘이 아니면 안돼. 비 따위 게임 따위에 굴복하지 않겠어.

첫 번째 목적지는 용산 전자랜드. 아이폰 사설 수리점이 이 곳에 있다. 나는 보험도 가입을 하지 않았고 보증기간 1년도 지나갔기때문에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 수리점은 지난 번에도 단 돈 만원에 뚝딱 수리를 해 주신 적이 있고 친절해서 신뢰하고 있는 가게. [혹시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http://inamdo.co.kr 인데 수리비도 비싸지 않고 평도 좋음]  내 아이폰은 상위 모듈이 다 망가졌는지 이어폰 잭도, 잠금버튼도, 사운드조절 버튼도, 진동 탭도 다 작동을 하지 않아서 부품교체비까지 5만원은 예상했는데. 수리점 아저씨는 10초만에 고쳐주면서 공짜라고 그냥 가도 된다고 하셨다. 몇 달간 불편함을 견디고 있었는데. 10초만에. 공짜로 고치다니. 엔지니어가 짱이다. 하워드, 니가 짱이야 (…) 라는 생각을 하며 벙 찐 표정으로 가게를 나왔다. 가게에 들어선지 2분도 안 되어서.

수리가 생각보다 지나치게 일찍 끝났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싶어서 1층 앤젤리너스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비오는 용산 길바닥을 좀 보고있었다. 비가 촉촉하게 오는데도 운치라고는 없는, 정말 삭막한 동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원효로3가에서 7016번을 타면 곧장 홍대입구역으로 갈 수 있다. 다음 목적지는 홍대 프리스비 3층의 애플 서비스센터. 블루투스 키보드의 건전지가 빠지지 않는 웃기는 문제로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건전지의 누액이 굳은 상태인데, 애플 블루투스 키보드엔 단 한개의 나사도 없기 때문에 분리해서 꺼낼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구글링을 해 보니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많았고 다들 어이없다는 반응들이었다. 예쁘지만 불편한 녀석이었어. 아니 예뻐서 불편한건가. 보통 애플 서비스센터에서도 건전지를 끄집어낼 방법은 없다며 새걸로 교체해준다고 한다. 내 것도 센터 직원이 보더니 안 그래도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키보드와 건전지에 대한 이슈가 있다며 (…) 순순히 교체해준다고.

배가 고파져 Cafe Del Mundo 에 슬슬 걸어와서 카레와 아이스 홍차를 마셨다. 금토일만 여는 카페니까, 아무때나 올 수 없으니까. 역시 이곳의 카레는 참 맛있다. 닭고기와 토마토가 들어있고, 진하고 정직한 맛. 맵지 않은데도 정말 맛있는 카레. 비가 와서인지 평소보다 손님이 없어 조용한 탓에 주변 테이블의 대화가 오히려 크게 들린다는 건 좀 신경쓰인다. 그 중에 굉장히 어이없는 대화도 있어서, 황당해, 어이없어, 생각하면서도 자꾸 귀가 그리로 쏠리는 게, 안 되겠다. 이제 나갈 때가 된 듯.

그래도 두 개의 전자제품 수리를 해치우고, 맛있는 음식으로 끼니도 떼우고, 비 오지만 억지로 나온 거 치고 매우 성공적 외출. 귀차니즘을 이겨낸 나에게 박수라도 쳐 주고 싶다. 아직 집에 돌아가서 해야 할 집안일들이 남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은.

Written by Joplin

October 15th, 2011 at 5:3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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