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utniq Sweetheart

어쨌든 즐겁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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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ukuoka

내가 왜 갑자기 후쿠오카에 오게 됐는가에 대해. 일본 소설 비슷한(허세스러운) 문체로 표현해 볼 까 하다가 그냥 다 지워버렸다.

내 계좌엔 당장 써도 별로 문제 없는 얼마간의 돈이 들어와 있었고 (이거 자체가 굉장히 일본 소설적인 설정 아닌가!) 난 굉장히 화나고 실망스러운 일이 생겨서 어떻게든 그 사실로부터 떠나고 싶었다.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딱 3일.

하루키 소설 주인공들처럼 갑자기 정장을 입은 익명의 남자가 나타나 몇 천만원을 주며 ‘그냥 쓰세요. 우리는 당신이 이 돈을 써 주길 바랍니다. 왜 이 돈을 주느냐고 이유는 묻지 마세요. 그냥 당신은 자신을 위해 이 돈을 쓰면 됩니다.’ 뭐 이 정도는 아니지만. 그들처럼 ‘그래 돈도 있겠다 최대한 일하지 않고 이 돈으로 평생 느리게 사는 것도- ‘ 라고 마음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훌쩍 떠나 왔다. 커다란 계획이나 목적 없이, 동행인도 없이. 아, 목적이 없다고 하기엔 좀 거짓말인가. 소설 <댄스댄스댄스>의 주인공은 던킨도너츠와 커피 따위로 끼니를 떼웠지만 난 그럴 순 없지. 이 동네에서 최대한 맛있고 유명한 음식으로만 배를 채우고 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도서관 사서가 내 쪽에 훨씬 가깝겠지. (…) 그러면서 한국에 가서는 다이어트를 꼭 할테다, 하고 몇 백번째의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다이어트 결심을 한다. 훌쩍 떠나왔다는 그 자체로는 허세가 성립이 되는데, 와서 하는 행동은 그냥 관광객일 뿐. 일본어를 못하니까 미소로 상황을 적당히 떼우며 눈치를 보는.

후쿠오카는 3일째 비가 온다. 일본에 있는 내내 비가 온 건 처음이다. 그래도 하늘에 구멍난 것 같은 폭우도 아니고, 하얗게 흐린 날씨에 부슬부슬 내리는 밉지 않은 비라서, 괜찮다. 난 여기에 온 목적은 이미 달성했으니까.

 

 

Written by Joplin

October 30th, 2011 at 8:01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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