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오는 부산인지 기억도 잘 나질 않는다.
부산은 내가 태어나고 만 18년을 꼬박 자라온 곳이다. 20살이 되자마자 서울로 올라왔으니 부산에서 살 만큼 살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부산에 대해서 잘 모른다. 서울보다도 훨씬. 부산에 살면서도 부산이라는 도시를 제대로 다녀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남들이 부산 하면 떠올릴만한 음식들도 제대로 먹어본 일이 없다. 이를테면 ‘돼지국밥’ 이라는 음식이 그렇다. 23살쯤은 되어서야 처음 돼지국밥을 먹어보았으니까 뭐. (물론 맛있었다!) 지금까지도 다 합쳐서 다섯번도 안 먹어본 음식이다. 밀면도 마찬가지. (이것도 역시 물론 맛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부산에 대해서 잘 모르고, 뭐가 유명한지, 어디가 맛집인지도 잘 몰라서, 매번 부산에 올 때마다 별다른 계획 없이, 부모님이랑 있다가 적당히 친구들이나 만나고 가는 게 전부였다. 그마저도 자주 오지도 않았었고. 이런저런 개인적인 이유가 더해져 부산에 가는 게 점점 불편해졌다. 그런데 부산에 가기를 불편해했던 몇년간 ‘여행지’로서의 부산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높아졌다. 가고싶은 장소들과, 먹고싶은 음식들의 리스트가 늘고 있었다. 그래서 불효막심한 생각인 건 알지만, 부산에 내려가서 부모님은 만나지 않고 그냥 놀러만 갔다가 오고싶다는 생각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 결과적으론 차마 그러지를 못해서 여행도 안하고, 부모님도 안만나고 그렇게 아예 부산에 가질 않았었지만 말이지.
결국 올해 초, 여행도 하고 부모님도 만나기 위한 부산행을 큰 맘 먹고 결정했다. 처음 날짜를 정했다가 그린데이 공연과 겹쳐서 미루고, 또 감기가 심해져서 미루고 하는 사이 친구들과 부모님 사이에서 나는 양치기 소녀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세번째 날짜를 정했다. 오늘인 2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의 일정. 부모님, 친구들과 보내야 하는 시간을 감안했을때 나에게 온전하게 주어진 자유시간은 그리 길진 않겠지만 처음으로 다른 목적을 가진 부산행이어서 조금은 설렜던 것도 사실이다. KTX로 3시간 거리. 대전과 대구가 금세 지나가는 걸 느끼면서, 생각보다 멀지 않은 거리라는 걸 실감했다. 물리적인 거리보다도 마음의 거리가, 참 많이도 멀리 떨어져있었구나 싶었다.
부산역에 내리자마자 와닿는 공기는 반가움이나 익숙함보다는 오히려 기시감(Deja Vu)쪽에 가까웠다. 어색함과 낯설음. 그것은 이제 내가 이 곳 사람으로 분류되지는 않을거라는 분명한 감각의 근거이며, 가끔 피어나던 그리움을 애써 억누르며 외면해 온 결과일것이다. 꼭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나보다. 서울보다 한결 따뜻하면서도 활기가 넘치는 거리. 거친듯 해도 별 다른 감정이 섞이지 않은 거리낌없는 사람들의 말투도.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다. 아마도 이제는 ‘적응’이라는 과정을 거쳐 그들 사이에 녹아 들어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난 이제 이 도시를 여행하는 많은 외지인들 사이에 섞여, 부산은 이런 도시이구나 하고 들여다보는 그 정도의 위치가 더 어울리게 되었다. 꼭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음을 절실히 느낀다.
with 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