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2009)



국가대표 (2009)

감독 : 김용화
출연 : 하정우(밥/차헌태), 성동일(방 코치), 김동욱(최흥철), 김지석(강칠구), 최재환(마재복), 이재응(강봉구), 이은성(방수연)

스포츠 영화라면 어쩔 수 없이 등장하는 설정들이 있다. 주인공의 그닥 순탄하지 않은 환경 조건, 승패를 위한 주인공(들)의 노력의 과정, 승 혹은 패라는 결과, 그 결과에 따라 어쨌든간 따라오는 기쁨or눈물or감동or아쉬움 등의 감정. 그밖에 멜로나 코미디적 요소들이 가미되기도 하겠지만, ‘스포츠를 통한 인간 승리’ 를 다루는, 기본적인 뼈대는 비슷하다. 이것은 하나의 커다란 클리셰의 틀과도 같아서, 이런 구조 자체가 싫다면 스포츠 영화와 친해지기 힘들지 싶다. 스포츠와 스포츠맨쉽을 별로 안 좋아한다면 더더욱. 일면 비슷비슷해 보이는 스포츠 영화지만 당연하게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지겹고 촌스러운 영화가 되기도 하고, 카타르시스를 던져주는 감동적인 영화가 되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국가대표>는 완벽하진 않아도 후자 쪽에 가깝다. 스포츠 영화로서의 조건도 성실하게 따르고 있고, ‘국가대표’ 라는 소재이니 내셔널리즘의 요소들도 조금은 첨가되지만 그 방식이 억지스럽다거나 촌스럽지 않다. 올림픽, 월드컵, WBC 시즌 때 ‘대체 왜들 이 난리인가요’ 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피하는 게 좋겠다. 그래도 제목이 국가대표인데, 태극기 클로즈업 몇 번과 울면서 애국가 부르는 장면 나온게 그렇게 이상한 것도 아니잖아. 그 정도의 ‘수위’도 거부감이 드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약물복용으로 메달을 박탈당하고 나이트에서 웨이터로 일하던 흥철,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아버지 가게에서 하루종일 일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소심한 재복, 가난과 부양가족 때문에 입대를 할 수 없는 칠구와 그의 동생 봉구, 미국으로 입양되어 미국에서 주니어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였다가 한국으로 온 헌태, 피라미드에 빠진 딸을 가진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였던 방 코치가 한국 최초의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된다. 스스로를 비웃고 손가락질하는 마인드와 열악한 조건으로는 팀이 유지되고 훈련을 시작하는 것 조차 힘들 거라고 생각되는데 어쨌든 그들은 국가를 대표하고 스키점프대위에 올라 선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 각각의 모티베이션은 영화의 드라마 적 요소를 풍부하게 해 주고. 그나저나 이은성이 스크린에 나타날 때 마다 묘하게 균형이 깨지는 느낌이 든다. 괴리감이랄까. 굉장히 비현실적인 느낌이다. 표정없고 감정없는 인형같던 그녀의 캐릭터가, 사실은 ‘그냥 개그캐릭터였더라’ 임을 알게 된 후반부엔 그럭저럭 재밌었지만.

낯익은 음악들도 몇 곡 들리는데 그 중에 한 곡은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 영화 <국가대표>와 무척 어울리는 음악이라는 생각. 가사도 그렇고.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고 했는데, 어디까지가 실화인지 조금 궁금하다. (기사를 찾아보려고 조금 시도했는데 잘 못찾았다) 5번째 선수에 대한 진실(?)이라던가, 나가노올림픽 때 악천후로 경기를 강행했던 사실이라던가. 약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흥철이 사려고 돌아다니던 그 약은 정확히 이름이 무엇이며 어떤 작용을 하는 약인지도 좀 궁금하고. 맘에 드는 캐릭터 한 명을 꼽기 힘들정도로 다들 매력적이다. 감독이 어느 캐릭터 한 명을 편애하지 않은 느낌. 김동욱은 자신의 이미지의 연장선상에 있는 역을 맡은 듯. 눈으로 말하는 말수 적은 김지석도 멋있고, 소심하지만 착한 재복을 연기한 최재환도 좋았다. ‘하정우 영화선택은 왜그러냐’ 라는 문장을 D게시판에서 봤는데, 하정우의 영화선택이 뭐 어떻다는건지 난 잘 모르겠다. (…) 차헌태는 다 멋있었지만 영어할 때 특히 멋있고, 뜬금없지만 초반 아침마당 장면 때 좀 멋있었다는.

스포츠 영화가 취향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국가대표> 흥행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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