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은 별로 좋지 않았다.
일단 23살 전까지는 [크리스마스는 반드시 혼자 보낸다] 징크스가 있었다. 남자친구가 있었어도 반드시 크리스마스가 되기 직전에 헤어지곤 했다. 남자친구가 딱히 없을 때도 크리스마스 직전에 굉장히 안좋은 일이 생기거나 해서, 크리스마스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상태로 혼자 방안에 멍하니 누워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23-26살 동안은 크리스마스때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친한 사람들은 내가 크리스마스 전에 남자친구와 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조금 신기해 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나의 크리스마스 징크스는 잊혀져 가는 듯 했다.
작년 12월이 특별히 나쁘지 않았다고 기억되는 이유는, 작년 1월부터 12월이 대체로 늘 나빴기 때문일거라고 확신한다. 반면 올해는 나름 치열했지만 즐거운 면도 많았던 해였다. 그래서 12월의 우울이 도드라지는 느낌일까. 몸과 마음이 피곤하고, 우울하다. 매우 안좋은 타이밍에 약속이 펑크나기도 했고, 찜찜한 일도 있었고, 굉장히 화나는 일도 있었다. 최근 1주일간 울었던 시간을 다 합치면 뻥 좀 보태서 10시간쯤 되지 않을까싶다. 5시간은 확실히 넘을 것 같고. 울어서 해결될 일이라면 3일 밤낮으로도 울 수 있지, 하지만 그게 아닌거니까.
어젠 너무 화가 나서 무슨 일이든 저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남자친구랑 같이 마시는 술 아니면 마시지 않겠다는 규칙은 만든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깨지고 말았다. 술 몇 잔을 앞에 두고, 오랫동안 피우지 않았던 담배를 꺼내서 좀 피우고,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면서 얘기도 하고, 한숨도 좀 쉬면서 마음을 다독였다. 그리고 좀 길다 싶을 만큼 잠을 잤다. 내용을 알 수 없는 이상한 꿈. 그래도 깨고 나니 마음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역시 시간이 약이고, 참는 쪽이 이기는 거다. 인간 대우는 인간에게만 해 주면 되는 거지.
내 웃음소리가 선물이라는 사람 앞에서, 요즘 만날 때 마다 울고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미안하고 너무 속상하다. 안 좋은 일 보단 좋은 일을 생각해야지. 올해 멀어진 인연들이 있다면, 새롭게 시작된 인연들도 있다. 날 비난하고 업신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관심 가져 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우울하고 찜찜한 12월이 얼른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 한 살 더 먹는 것 쯤 아무렇지 않으니까. 새롭게 리셋되는 기분이라도 느껴볼 수 있게 2010년 1월, 어서 왔으면.
euna
30 Dec 09 at 07:02
올 한 해가 그냥 황으로 지나간 느낌 ㅠ_ㅠ
Joplin
1 Jan 10 at 10:32
무슨 소리야- 열심히 회사 다녔으면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