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구 알라 볼로네제 로텔레, 토마토 바질 샐러드
멘탈이 약해졌다 - 는 생각을 한다. 사소한 일에 감정이 상하고, 조금이라도 껄끄러움이 느껴지는 사람과의 자리는 피하고 싶고, 후유증이 조금이라도 남을듯 한 대화라면 그냥 피하고 싶다. 시간은 아무런 의미를 부여받지 않고도 끝없이 쉼없이 흐른다. 모두가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고 성취해 낸다. 그 안에서 나는 무엇도 제대로 해 내지 못해는 것 같다. 그게 상대적인 척도에서 그런것인지, 내가 세워 놓은 절대치에 못 미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둘 다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늘어져 있는 건 스스로에게는 물론이거니와 그 어디에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이럴 땐 의외로 이런 저런 집안일을 하는 게 상당한 도움이 된다. 오랜시간 수도 없이 많이 해 본 거라 살짝 발을 들이기만 하면 아무 생각 없이 척척 손이 움직인다. 내 손이 지나간 자리는 깨끗하게 정돈된다. 저장해 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만들어 놓는 것도 괜찮다. 가스렌지 위에 2시간은 족히 끓여야 하는 볼로네제 소스를 만드는 건 어떨까. 토마토와 허브가 섞여서 끓는 좋은 냄새를 맡으며 부엌을 청소하고, 그릇을 정리한다.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고 모든 게 마무리됐다 싶을 때 쯤 냄비를 열어 소스를 확인한다. 아직도 물기가 좀 남아 흥건하지만 파스타를 삶을 때 마다 조금씩 졸여주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볼로네제 소스 – 통칭 토마토 미트소스를 만드는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그냥 시간은 좀 오래 걸린다. 별다른 까다로운 공정도, 계량도 없다. 레시피라고 할 것도 없다. 집에 있는 재료를 몽땅 잘게 썰어 다진 고기와 함께 오일에 볶다가 토마토를 넣고 오래오래 끓이면 된다. 필수 재료는 올리브오일, 양파, 마늘, 쇠고기, 토마토.그 밖에 좋아하거나 냉장고에 남은 야채들도 대부분 OK. 버섯이나 샐러리, 당근, 호박, 양배추 기타등등. 고기 냄새는 마늘과 양파가 대충 잡아주는 것 같지만 허브를 넣어주면 당연히 맛이 풍성해진다. 타임이나 오레가노, 월계수잎이 잘 어울린단다. 먹다 남은 레드와인이 있으면 그것도 부어 넣는다. 냉장고에 그게 다 어딨냐고 투덜대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야채들을 집에서 요리하겠답시고 사다놓으면 금세 시들지 않나. 그럴 때 토마토랑 쇠고기만 사와서 뚝딱 만들어 보는 거다.
만드는 순서
1) 올리브오일에 다진 양파, 마늘, 쇠고기를 들들 볶으며 소금 후추를 살짝 뿌려준다. 2) 다져놓은 야채들을 몽땅 투하, 들들 볶는다. 3) 토마토홀 캔, 생 토마토, 아님 시판 토마토 소스라도 몽땅 부어넣는다. (시판 소스는 그냥 섞는 용도로만, 주 재료가 되어선 안됨!) 4) 2-3시간쯤 중간불-약한불로 오래오래 끓인다. 어려울 거 없다. 그냥 오래오래 끓이는 거다.
잔뜩 만들어 놓고 냉동실에 넣어도 한 달 쯤은 괜찮다고. 라자냐에 넣어도 되고 파스타에 얹어 먹어도 되고.
칠리를 섞어 퀘사디아를 만들 수도, 피자를 만들 때 토마토소스 대용으로 사용해도 된다.
나는 볼로네제 하면 로텔레가 생각나서, 일부러 이태원 외국인마트에 가서 로텔레를 집어왔다. 수레바퀴 사이사이에 끼어든 쇠고기들이 적절하다. 그냥 저냥 취향따라 맘에드는 파스타를 고르면 되는 것. 카펠리니(엔젤헤어)에 얹는다고 뭐라할 사람 또 누가 있겠나, 집에서 만들어 먹는 건데.


누군가 집에 놀러왔을 땐 달랑 파스타만 내 놓기 심심해서 간단한 토마토 샐러드를 곁들였다.
요즘 인기 식재료 짭잘이토마토에, 퇴근 전 백화점에 들러 일부러 사 놓은 프레쉬바질, 그리고 올리브오일 드레싱을 쓴다.
굉장히 간단한데 맛있다!
토마토 바질 샐러드
드레싱 : 레몬즙2 식초2 설탕1 소금1/3 마른바질1/3 후추약간 + 올리브오일4 (올리브오일은 제일 마지막에!)
샐러드재료 : 토마토 파프리카 프레쉬바질 페타치즈 (집에 있어서 그냥 넣었음)


냉장고에 있던 맥주도 같이.
이제 한솥가득 있던 볼로네제 소스, 딱 한 컵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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