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utniq Sweetheart

어쨌든 즐겁게 살고 싶다

부산


 

 

2박 3일 일정으로 부산에 왔다.

전부터 친한 사람들끼리 같이 부산에 놀러가자는 얘길 했어서, 4월 레저휴가로 일정을 잡아놓고 있던 중. 어차피 금요일도 쉬는데 하루 일찍 내려갈까 싶어 나만 일정을 조정했다. 여기는 서면의 토요코인 호텔 싱글룸이다. 사실 부모님은, 지금 내가 부산에 와 있다는 사실을 모르신다.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유별나다고 혹은 못된 딸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부산에 계시는 부모님께 말하지 않고 부산에 내려오고 싶다는 욕구를 가끔은 이기기 힘들다. 부모님 집이 있어서 내려오는 부산이 아닌, 부모님으로 대치되는 도시가 아닌, 그냥 부산에 가 보고 싶은 기분.

고향으로 ‘여행’이라는 걸 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최소한 그 곳이 20년 가까이 살아온 곳이라면 말이다. 나는 유년시절과 10대를 온전히 부산에서 보냈는데 서울살이 10년만에, 아니 더 이전에 완벽하게 적응해서 이미 뼛속까지 서울사람이 되어버렸다. 서울 어디에 뭐가 있는지 최소한 부산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서교동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마냥 홍대 인근이 고향처럼 편안하다. 부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부산에 왔다고 자동으로 사투리가 나오질 않는다. 점원들에게도 ‘나 서울에서 왔음’ 티를 내며 서울말로 주문을 한다. 새삼 서울과 다르다고 느끼게 만드는 부산 사람들의 지방색에 순간순간 당황한다. 내가 정말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던 사람이 맞는가 싶기도 하다. 이방인의 기분을 한껏 느끼지만 나와 연결된 끈이 분명히 존재하는 묘한 곳이다. 부모님이라는 존재를 지우고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서면의 번화가는 지독하게 익숙한 동시에 낯설다. 눈을 감고 지하철 역에 찾아갈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 친근한 감정은 없다. 그리고 이방인들로 가득한 비즈니스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10대 때 미치도록 부산을 떠나 살고 싶었다. 부산을 떠난 후 한 동안 부산이 그립다거나 부산에 가고싶다는 느낌을 받은 적 조차 없었다. 하지만 그건 부산이라는 도시의 속성을 싫어서는 아니었다. 그냥 내가 그 시기에 살던 공간의 테두리를 탈출하고 싶었던 것이다. 내 사회적 환경의 문제였고, 그것과 부산이라는 도시는 한 몸 처럼 결부되어 있었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 과정에서 데면데면 어색한 사이가 되어 버린 내 고향 부산이라는 공간과 나름 친해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렇게 부산과 1:1로 대등하게 만나서. 부산은 멀리하고 어색해 하기엔 아까운 곳이니까.

 

 

 

Written by Joplin

April 23rd, 2011 at 6:59 am

Posted in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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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7 comments to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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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종권

    26 Apr 11 at 09:01

    부산이라…
    2004년 4월 1일 KTX 개통될 때 KT에서 하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처음으로 놀러갔었죠.

    요즘은 출장으로 일년에 한 번 꼴로 가고 있는데
    부산에서는 여유를 누려본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 Joplin

      26 Apr 11 at 09:53

      우왓~ 엄청 오랜만이심. 깜놀! ㅎㅎㅎㅎ

      • 정종권

        29 Apr 11 at 09:37

        그렇죠? ㅋㅋ
        요즘 페북의 바다에 빠져서 다른 곳은 들르지도 않다가
        조금 시들해졌어요. ^^;

  2. JYE

    29 Apr 11 at 01:27

    사진이 좋으네
    실제로도 너무 좋았고.
    커피도 더할 나위 없이 맛있었던거 같아.
    한동안 생각날것 같은 곳

    • Joplin

      29 Apr 11 at 16:06

      담에 또 가~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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