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보내며 0910-2009/11/09 19:18

주식투자 할 때 흔 한 말이지만, 여기가 바닥이라고 쉽사리 생각하지 말라며, 거기보다 지하 10층, 100층 떨어지는 일은 흔하고 흔하다고. 나도 어제 내 상태가 꽤나 견고한 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오늘 아침 나는 어떤 전화를 받고 지하 10층쯤으로 뚝 떨어졌다. 희소한 것으로 따지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지 않았을 일. 당연히 겪지 않길 바라는 일. 그리고 참 어이없고 황당한 일. 억울하기도 하고. 눈앞이 좀 캄캄하기도 하고. 뭘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서 한참을 머리를 텅 비운채로 있었다. 뭐 이런 일이 생겼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도 개운치가 않다.

울고 싶은데. 울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 운다고 해결될 일이라면 몇시간이고 울 수 있지만. 이건 '내 기분이 나쁜' 일이 아니니까. 길가는 미친놈이 나한테 침을 뱉고, 더러운 욕을 하고, 지하철에서 변태를 만나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까지 했다니까. 그래 그건 좀 기분 더럽고 마는 거지만 이건 아니라고.

그렇게 굉장히 먹먹하고 멍한 기분으로 신촌의 파나소닉 서비스센터에 갔는데 '니 카메라 문제가 아니고 니가 갖고 있는 메모리 카드가 죄다 문제네요' 라는 판정을 받고. 근처에서 던킨커피를 하나 사서 손에 들고 걷다가 잠시 걷는 속도를 늦추었더니 관성의 법칙에 충실한 커피가 나의 흰색 니트에 튀어 얼룩을 만들더라. 그 길로 신촌 현대백화점 까지 슬슬 걷고 있는데 밑도 끝도 없이 '역시 신촌은 싫어' 라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뭉게뭉게 피어올랐고. 백화점 식품매장에 가서 마실만한 차가 있나 돌아봤는데 딱히 맘에 드는 게 없어서, 그냥 인터넷으로 사는 게 낫겠다 싶어, 일단 대충 눈에 보이는 얼그레이 티벡을 하나 집어 왔다.

힘없이 버스를 타고 집까지 돌아와 당일배송으로 도착한 책 택배 상자를 풀러보며 아주 약간의 위안. 을 받으려고 하고 있는데 오늘 아침 그 전화를 건 사람이 다시 전화를 걸어선 다시 나에게로 못을 탕탕탕 박았다. 참고 싶었는데 자꾸자꾸 눈물이 난다. 나보고 어떻게 하라구요. 내 잘못이 아니잖아요. 진짜 다들 나한테 왜 이러는거냐구요. 온 세상이 힘을 모아 내가 일어설 수 없도록 누르고 있는 느낌이 든다. 난 힘을 내려고 했어. 잘 해보려고 했다구. 근데 진짜 왜이래?

아이팟 잃어버렸을 때, 요즘의 불운은 이게 끝이려나 했는데, 차라리 아이팟을 몇 번이고 잃어버리는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 아이팟 핸드폰 디지털 카메라 노트북 안경 콘텍트렌즈 외장하드 USB메모리 지갑을 한꺼번에 다 잃어버리는 게 낫지 뭐람. 정말 여기가 진짜 바닥이어서 더 떨어질 곳이 없다면, 그게 분명하다면 힘 내서 일어날 수 있겠는데. 어차피 내 손을 벗어나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냥 받아들이는 방법밖엔 없으니까.

속상하다. 생일이 2주도 안남은 시점에서 이게 뭐야. 만 26세엔 부디 좋은 일만 생겼으면. 뭐 내 뜻대로 되겠냐만은.



2009/11/09 19:18 2009/11/09 19:18
Posted by Jop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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