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2010/02/16 17:20

오랜만에 전 회를 다 챙겨 본, 그리고 오랜만에 드라마 속 캐릭터에 애정을 갖게 된 드라마이다.

사실 <거침없이 하이킥>은 보는 내내 불편했었다. 다 챙겨보지도 않았었지만. 박해미의 그 격한 에너지가 부담스러웠고, 정준하의 무능력한 가장 연기는 - 정준하라는 사람 자체의 비호감도 컸지만 - 갑갑했다. 큰 소리 한 번 낼줄 모르는 서민정의 착한 표정만 봐도 숨이 턱턱 막혔고, 내 주변 드라마를 보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신지를 미워했다. (100% 미움받는 캐릭터가 생기는 건 100% 연출의 잘못아닌가!) 그 사이에서 정일우는 누나팬들이 잔뜩 생겼지만, 난 윤호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그나마 재미있는 부분이 김혜성과 김범이 나오는 씬 정도. 딱 그 정도.

원래가 시트콤, 드라마 따위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김병욱 PD의 팬은 더더욱 아니어서- 사실 <지붕뚫고 하이킥> 드라마 자체도 별로 기대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늘 그랬듯 다들 인기있는 드라마 얘기를 와글와글 하고 있어도 강건너 불구경 보듯, 그런가보다- 하고 만 거지. 그런데 이 드라마의 존재를 처음 알게 해 준 에피가 바로 세경, 지훈의 사랑니 관련 에피였다. 앞 뒤 내용을 전혀 모르는데도, 하이킥에 대해 대강 줏어들은 이야기들에 더해진 그 한 편으로 세경과 지훈의 캐릭터 배경에 대해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바로 그 사람이 나에게, 좋아하는 사람있냐고 물을 때 가슴이 덜컥하는 그 기분. 말도 안되는 마음이라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감정. 찬 비를 맞으며 사랑니를 뽑으로 가던 모습. 신분의 차이, 학력의 차이, 그저 지훈이 닿을 수 없는 하늘같이 여겨질 세경이의 마음이 안쓰러워 어쩔 줄 몰랐다. 그 때 부터 내 시선은 세경의 시선에 함께했다. 세경이가 보는 대로 느끼는 대로 드라마의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키 크고 단정한 옷을 입은 이지훈 의사선생님이 제일 멋있었고, 옆에서 늘 마음을 써 주는 준혁이가 참 고마웠다.

지훈이와 세경이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정말 예뻐 보였다. 지훈을 올려다 보면서 눈을 맞추기는 커녕, 제대로 웃어보이지도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짠했다. 무심한 듯 하지만 특유의 그 '빠른 눈치'로 세경이를 챙겨주는 지훈의 캐릭터가 좋았다. "그래! 까짓 거, 나도 러브라인 놀이에 동참해 주지. 나는 지세커플을 지지하겠어!" 라는 마음으로 하이킥을 조금씩 챙겨보기 시작하던 차, 정음과 지훈이 목도리 키스를 했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그 때 의사선생(지훈)에게 정말 정말 적잖게 큰 실망을 했다. -_-; 그래 뭐, 사실 그게 순리이긴 하다. 신데렐라 스토리는 나도 지겹긴 하지. 그치만 우리 세경인 어떡하라고. ㅠㅠ

여튼간 그렇게 이지훈 싫어!!!! 를 외치던 차, 눈에 들어온 아이가 준혁이인데. 세경 신애 자매를 바다에 데려가는 에피를 보면서부터 마음이 모락모락 따뜻해지더니 최근에 유주얼 서스펙트 에피에서는 귀여워 어쩔 줄 몰랐다. 세경이가 지훈 삼촌한테 마음이 있는 걸 (그것도 생일날) 알고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세경이를 챙겨주는 마음에 그저 감동. 정음이와 지훈이가 사귀는 걸 알게 되는 장면에서 스스로 놀라기도 했지만 세경이가 그 모습을 봤을까, 보고 마음이 상했을까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눈물이 날 뻔 ㅠㅠ 10대 고등학생의 풋풋한 첫사랑 그런거, 이렇게 예쁘게 그러낸 장면들이 최근에 또 언제 있었을까. 있었긴 있었을꺼야. 어쨌든 무지하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지훈과 정음이 커플놀이를 하는 동안, 지훈을 바라보는 세경과, 세경을 바라보는 준혁을 보면서. 난 저렇게 고백하지 못하고 속 끓이는 짝사랑을 해 본게 언제였나 싶었다. 아마도 마지막으로 한 게 10년은 된 것 같다. 그래도 그 땐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그거 하나만으로도 참 즐거웠었다.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의 행동 하나에 일희일비 하면서 두근두근대는 마음. 아무것도 아닌 일에 하늘이 참 예뻐 보이기도, 눈물로 밤을 새우기도 했다. 날 좋아할까 아닐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지나가곤 했었고, 고백해서 영영 못보게 되느니 그냥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것 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_- 생각을 마음에 담아두기도 했었고.

지금은? 지금은... 사실 20대 이후로는-_- 보기보다(!) 굉장히 속전속결 스타일이라...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마음이 확실하면 솔직하게 또 적극적으로 표현을 하고, 어떻게든 빠르게 결론(!)을 보는 편. 그렇다보니 세경이처럼 조용히 묵묵하게 그 사람을 지켜보는 것도 못하고, 정음이처럼 츤데레(...) 스타일도 못 되는게지. 두근두근 설레는 짝사랑 기분은 길어야... 아무리 길어야... 한 달? (잘도 한 달이겠다...) 여튼간 그 이상은 못 기다려. 난 무리. 절대 무리. 어쨌든 <지붕뚫고 하이킥> 덕분에 그 두근두근 달달한 마음에 대한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씨네21 설날특집호를 못 산게 한이다. 브로마이드 예쁘던데.
2010/02/16 17:20 2010/02/16 17:20
Posted by Jop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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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etzsche

    으흐흐흐흐 ㅋ
    나도 이거 안 보다가.. 1회부터 쭉 돌려봤는데 ;ㅁ;
    너무 애틋한거 아님 ㅋ

    2010/02/16 20:15 [ Permalink : Modify/Delete : Reply ]
    • Joplin

      요샌 또 안본지 좀 되서 어디까지 진도가 나갔으려나 몰라...

      2010/02/22 14:59 [ Permalink : Modify/Dele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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