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0 18:31

히가시노 게이고의 그 많은 책들 가운데서 다음에 읽을 책으로 <백야행>을 고른 이유는, 아무래도 지난 11월 한국에 개봉되었던 영화 <백야행>의 영향이 컸다.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하얀 어둠속을 걸어왔다'는 카피와, 엘레베이터를 오르는 손예진의 눈부신(정말) 뒷모습과, 고수의 슬픈 눈빛이 각인되어 잊혀지지 않았다. 소설의 영화화는 아무리 잘 되었더라도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을 듣기 마련이고, 그래서 영화를 보고싶은 마음은 조금 접어두고 (아니 보러가고 싶었어도 금방 내려가서 보기 힘들기도) 원작을 먼저 읽기로 했다.

약 20년에 걸친 긴 이야기다. 역시 영화 한 편에 담아내긴 힘들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백야행'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듯, 스토리는 내내 안개속에 잠긴 듯 희끄므레하다. 윤곽이 보일 듯 말 듯, 그 실체는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드러나고, 모든게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에 소설은 끝나버린다. 굉장히 잔인하고 또 극적으로 빈틈없는 결말. 여기서 한페이지라도 더 나아갔다가는 <백야행>이 가진 절망감이 반감되었을거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면 그 모든게 유키호와 관련된 것들이다. 과연 유키호의 진짜 마음은 어디를 향해 있었는지, 료지와의 관계는 어떤 거였는지, 다카미야 그리고 야스하루와 결혼한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왜 시노즈카와는 내내 거리를 두고 있었는지- 연관되는 사람들마다 절망에 빠지고 마는,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강한 유혹을 느낄 정도라면- 팜므파탈이라면 이정도는 되야지, 라는 생각을 한다. 난 손예진이 유키호 역에 적절했다고 생각되는데. 아름답고, 힘이 있으면서도, 일면 똑똑해 보이면서도, 천진하고 착해보이는, 두가지 연기를 모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의 마지막을 덮고 나서야 최소한 영화 <백야행>의 예고편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엘레베이터에 올랐던 유키호의 뒷 모습.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소설 속 그녀만이 알 일이다.



p.s. 혹시나 해서 등장인물로 검색해봤더니 여기저기서 스포일러가 잔뜩. -.-;; 읽기 전엔 필히 검색은 금지해야 할 듯. 영화를 보고 싶은데 19금이라서 조금 두렵다...
2010/01/20 18:31 2010/01/20 18:31
Posted by Joplin

Trackback URL : http://joplin27.net/trackback/82

Leave your greetings.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