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우연한 일이긴 한데.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크고 작은) 이유로, 며칠에 걸쳐서 내게 사과를 했다. 12월은 하루 평균 3번 이상 미안하다는 말을 들은 하루하루로 채워졌다. 그 사람들의 각각의 나에 대한 미안함을 이해한다. 그리고 각각의 미안함에 대해서는 모두 해결이 되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누군가가 미안해야 할 일을 잔뜩 겪은 셈이 되었다. 대단하든 대단하지 않든 어쨌든 누군가가 미안해 해야 할 일들인 것이다. 상처라고 부를 수도 없는 일들인데도 누적되고 나니까 피곤한 기분. 나도 누군가한테 마구 잘못을 저지르고 난 뒤에 '미안해' 라고 말하고 싶은 유치한 기분.
그렇게 사과와 미안함 속에서 며칠을 보낸 뒤, 감기인지 몸살인지 뭔지 모를 증상들이 날 괴롭힌다. 물론 이 전후관계가 반드시 인과관계라는 의미는 아니다만. 지독한 두통으로 지난 토요일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아무것도 못 먹고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고. 그 날 아무것도 못 먹은 탓인지, 소화가 잘 안되서 음식을 먹기가 어려워졌고. 겨우 두시간 반 동안 일을 하는데 왜 그렇게 팔에 힘이 안들어가고 집중력이 흐려지는지 혼났다. 몸 상태가 전체적으로 별로 안 좋다. 이건 분명히 안 좋은거라는 생각은 드는데 딱히 명료한 증상이 있는 건 아니다. 괜찮다면 괜찮은거고, 어떻게 보면 내가 괜히 게으름을 부리고 있는 것도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나쁘다.
맘 놓고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23일은 지나야 쉴 수 있을까. 사람들이 자꾸만 크리스마스 계획을 묻는다. 그런거 없는데? 나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계획 같은 거 있었던 적 없는데. 공연을 본 적도, 영화를 본 적도 없는데. 사람들이 유난하게 넘쳐나는 거리가 싫어서, 어딜 가도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일부러 그날은 더더욱 집에만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냥 그러지 않을까. 그래도 맛있는 케익 한조각에 샴페인쯤은 마시고 싶지만, 일단은 아무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는 휴식이 간절하다. 아무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을보내며 0910-2009/12/14 02:12
Tags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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